3章 1節 - 구마모토 성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아마도 전날 무리한 탓이리라. 오늘은 부산항에서 끊어온 큐슈 레일 패스를 발급받아서 구마모토로 이동해야 했다. 자칫 시간대를 놓치게 되면 전체적인 스케쥴이 꼬여버리게 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배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었지만 여행 때는 아침, 점심은 챙겨먹지 못하고 대충 빵조가리나 먹고선 저녁에 제대로 챙겨먹기로 했었다. 하카타 역으로 가는 동안에도 그걸 염두에 두고 간단히 요기할 것을 찾아보았는데 마땅치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열차 시간은 다가오고 레일 패스 발급은 조금 지연되고 있었다.

그리하여 패스를 받자마자 황급히 뛰어서 열차에 탑승. 결국 아침은 건너뛰고 구마모토로 향하게 되었다.
구마모토 역에 내려서 끼니를 때울 만한 것을 찾아보았지만 역시 마땅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목적지인 구마모토 성까지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 가면 뭔가 있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었다.
구마모토 성까지는 노면 전차를 타고 갔다. 친구 말로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구마모토에서만 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버스와는 지하철과는 다른 맛이었다. 재미난 체험이었다.

다행히 전차를 같이 탄 아저씨께서 친절하게 구마모토 성의 입구까지 동행을 해주어서 길을 헤매지 않고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그 아저씨와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앞장 선 친구 말에 따르면 그 아저씨는 구마모토 성 바로 아래 있는 병원에 가신다고 했다. 무슨 용무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좋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구마모토 성은 임진왜란 때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2톱(...)으로 활약한 가토 기요마사가 지은 성이었다. 길 안내를 해주셨던 아저씨는 입구에 있는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을 가리키며 “한국 사람들에게는 안 좋은 이미지로 기억될 장수”라며 멋쩍게 웃으셨다. (내가 그 아저씨께 들었던 유일한 말이었다.)

일본에 오기 전에 경복궁을 먼저 가봤던 것이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성과 궁은 다르지만 둘 사이에 있는 정서랄까 그런 것을 비교해가며 체험하는 것이 재밌었다.
일본의 전형적인 성의 형태를 하고 있는 구마모토 성. 년간 200만 명의 입장객을 유치하는 관광명소였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가본 장소들 중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이었다.
천수각으로 가는 길에 살짝 성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 순간이 가장 흥분되었던 것 같다. 높게 돌로 벽을 쌓아 놓은 성벽을 지나서 성의 모습이 그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 ‘내가 다른 나라에 와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났다. 웅장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이었다.

한 무더기의 관광객이 천수각으로 들어가서 그 옆에 있던 스기야마루 이층 큰방과 혼마루 어전 오히로마에 먼저 들렀다. 만지지 마시오, 들어가지 마시오가 아니라 신발 벗고 들어오시오 라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또한 우리가 사진을 찍어도 되나 찍으면 안되나 망설이고 있는데 친절하게 “사진 마음껏 찍으세요. 대신 플래쉬는 터트리지 마세요.”라고 안내해주었던 그 가이드 아가씨. 완전 내 스타일이셨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천수각으로 들어갔다. 층층이 구마모토 성과 관련된 사료들을 박물관 형식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계단을 오르는 다리에 힘이 안들 것 같다가도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하나 둘 오르며 많은 것들을 눈에 담아냈다. 그리고 천수각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경치는 정말로 시원했다. 힘들다가도, 지치다가도, 배가 고파도 무언가를 보게 되면 금세 잊고 눈을 빛내며 그것들을 담았다.

아쉽지만 이제 주린 배를 채우러, 그리고 다음 여정을 위해서 자리를 떠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던 타국의 고성. 그리고 그곳에서 바라본 세상.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가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 다시 구마모토 역으로 가는 노면 전차를 탔다. 다음으로 갈 곳은 아소. 우리 일행에게 많은 사연이 있었던 곳으로 떠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