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만년필이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얼마 전에 친구와 함께 들렀던 문구센터가 시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펜텔 사에서 나온 라인스타일이라는 볼펜의 디자인이 만년필을 연상 시켰고, 클래시컬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저에게 상당히 매력적이었죠. 하지만 0.7이라는 두께 때문에 아쉽게도(?) 고개를 저어야 했었습니다.
아마
그 때부터 '만년필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검색 사이트에 '만년필'을 쳐넣고 많은 블로거들의 구입기, 시필사진을 감상하며 어느새 저는 저에게 적합한 만년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값이 꽤 나가는 제품은 소심한 제가 쓰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웠고, 글씨가 약간 지저분한 스타일이라(그래서 얇게 나오는 펜을 좋아합니다.) 닙의 두께가 굵은 외국의 만년필들은 저와는 맞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일본 회사에서 제작되는 만년필들이 한자문화권이라서 같은 닙의 규격이라도 더 가늘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대상을 좁혀 나가다가 입문용으로 좋다는 세일러 에이스 만년필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가격대비 성능도 우수하고, 무엇보다도 블로거들의 만년필 시필 사진들을 구경할 때, 여러자루의 만년필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거의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이 만년필이 완전 '허당'은 아니구나 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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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펜을 고르는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소설을 구상할 때 아이디어 메모나 플롯을 짜면서 펜을 많이 쓰는 데, 유성볼펜의 경우는 좀 쓰다보면 펜똥이 나와서 흐름을 막는 경우가 발생하더군요. 그래서 유성볼펜을 잘 안 씁니다. 중성/수성펜의 경우에도 내가 뭔가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즉, 펜의 볼이 종이를 살짝 '긁어주는' 느낌을 선호합니다. 볼이 너무 부드럽게 미끄러지면 내가 펜을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기 때문입니다. 참 따지는 게 많죠? 대신이랄까 저는 화질이나 음질 차이에 둔감합니다. 소위 말하는 막눈에 막귀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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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만년필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쓸 때마다 '사각'거리는 느낌에, 필기감이 제가 써본 펜들 중에 으뜸이네요. 같이 동봉된 카트리지에는 아마도 세일러 잉크가 들어 있는 거겠죠? 잉크의 농도가 좀 옅은 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써놓은 글씨를 보니까 오히려 잉크의 농도가 옅어서 글씨가 깔끔하게 보이는 것도 같고요. 글씨 굵기는 0.4보다 약간 굵은 정도 같습니다. 근데 확실히 만년필이라 꾸준한 굵기와 잉크흐름?을 보여주진 않아요. 무슨 말인가 하면, 필압에 따라서 글씨 굵기가 달라지고 가끔 잉크가 많이 나오거나 적게 나오거나 할 때가 있더군요. 그게 만년필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만년필 비슷한 거라곤 예전에 만화 그릴 때 펜대와 펜촉을 사서 제도용 잉크 찍어서 써봤던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년필을 사놓고도 괜한 돈낭비가 아닌가 우려가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카트리지 다 쓰면 컨버터랑 잉크도 구입해야 겠군요.










